글 Suzie Bakos 한국어 유경민
일 년 전 결혼식을 올린 영국 보그지의 뷰티 에디터 티시 와인스톡(Tish Weinstock)은 당시 자신에게 되뇐 만트라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오늘날의 신부라면 자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전통을 고수하거나 유행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를 가장 진정한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죠.”
티시의 결혼식은 ‘드라마틱한 할로윈 웨딩’이라고 묘사된 참으로 독특한 이벤트로 인스타그램을 열광케 했는데요. 티시는 자신의 결혼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요. “한편으론 <위대한 유산> 속 미스 헤비셤(Miss Havisham)처럼 또 다른 한편으론 <아담스 패밀리>의 모티시아 아담스(Morticia Addams)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꽤 고스족 같기도 하고 유령 같은 분위기도 있었지만 로맨틱하면서 인어 같기도 했거든요. 숨은 이야기가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꼭 빈티지 피스로 연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의 빈티지 드레스를 찾아 궁극적인 우아함과 퇴폐함을 표현했죠."
그럼 이번 여름, 전통적이기보다는 모던한 반전을 준 웨딩드레스를 선보인 디자이너는 누가 있는지 알아봐야겠죠? 자신만의 결혼식을 멋지게 선보인 티시 와인스톡이 다가오는 웨딩 시즌에 앞서 조금은 다르고 개성 넘치는 브랜드를 꼽아봤어요. 자크뮈스(Jacquemus)부터 세실리에 반센(Cecilie Bahnsen)까지 웨딩드레스에 대한 규칙은 훌훌 날리고 대신 모던하면서 예술적인 드레스를 제안하는 다섯 브랜드를 아래에서 확인해 보세요.
글램 매력: 톨러 마르모
“이브닝웨어를 재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톨러 마르모(Taller Marmo)는 맥시멀리즘과 차분한 스타일 사이의 간극을 아름답게 이어줘요. 우아한 원숄더 드레스와 드레이프 카프탄은 레이블을 순식간에 컬트적인 위치로 끌어올렸죠. 자연스럽게 많은 신부들도 톨러 마르모의 이브닝드레스를 웨딩드레스로 선택하고 있는데요.
“톨러 마르모의 우붓 페더 트리밍 이브닝드레스는 마치 옛날 할리우드 분위기를 연상시켜요. 마치 작가 조안 디디온에 메리 케이트 올슨의 스타일을 더한 듯하죠. 어른이 되어 자신의 삶을 깊이 이해한 여성처럼요. 한쪽만 드러낸 어깨는 참 매혹적이고 풍성한 페더 트리밍은 가장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해 내요. 수려한 아이보리 색상에 살짝 무게감이 있는 소재로 우아한 드레이핑도 돋보이고요. 저라면 질 샌더(Jil Sander)의 진주 드롭 이어링과 매치해 우아한 매력을 강조하겠어요. 진주는 꽤 전통적인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 이어링은 참 모던하게 연출했거든요. 섬세하지만 그렇다고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전체적인 룩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랄까요.” - 티시 와인스톡
예술적인 디테일: 자크뮈스
2022년 8월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는 그의 오랜 연인 마르코 마에스트리(Marco Maestri)와 결혼식을 올렸고 그곳엔 두아 리파(Dua Lipa)와 아미나 무아디(Amina Muaddi) 등 수많은 하객이 흰색의 자크뮈스 피스를 입고 참석했어요. 하객은 절대 흰색 옷을 입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금기를 깨며, 시몽 자신이 이후 저녁용 화이트 웨딩드레스를 입고 이끌 진보적인 결혼식의 서막을 올린 것인데요. 개인적인 축하는 차치하더라도 예술적이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원하는 신부를 위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프랑스 디자이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여름에 열리는 유럽식 결혼식이라면 충분히 고려할만하죠.
“라 로브 마이유 알카 드레스는 그야말로 시크함을 제대로 보여줘요. 날렵하고 섹시한 느낌이라 너무 어린 분위기보다는 성숙한 여성의 곡선미를 강조하죠. 한편 자크뮈스의 라 로브 아바나다 드레스는 미니멀리즘의 우아함을 표방하는데요. 몸의 라인을 드러내도록 붙는 디자인이고 옆면의 작고 귀여운 컷아웃 디테일에 조절 가능한 란제리 스트랩이 있어 원하는 대로 완벽한 핏을 연출할 수 있답니다. 입으면 마치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된 듯한 기분일 거예요. 저는 여기에 마그다 부트림(Magda Butrym)의 플로럴 새틴 힐을 매치할 거예요. 굉장한 섬세함이 돋보이는 슈즈라 절제된 룩에 약간의 반전을 부여하죠." - 티시 와인스톡
모던 실루엣: 케이트
매일 입기 좋은 정제된 분위기가 핵심인 케이트(Khaite)의 팬들은 데일리 룩을 넘어 특별한 날에도 함께할 피스를 찾고 있어요. 뉴욕에서 온 레이블 케이트만의 미니멀하고 깔끔하면서 동시에 재미있고 우아한 비율을 자랑하는 디자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기억에 남을 순간에도 충분히 함께할 만하죠.
“이 푼젤 오프숄더 드레스는 완벽한 동화 속 순간을 연출해요. 긴 머리가 특징인 라푼젤을 연상시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요. 멋진 드롭 웨이스트에 우아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부드러운 플리츠스커트가 특징인데요. 드러난 어깨는 성숙한 분위기에 매력적이면서 꽤 클래식한 아우라도 풍겨요. 푼젤 드레스로 저녁 시간을 시작하고 곧이어 카리나 시퀸 실크 드레스로 갈아입어 파티를 즐겨도 좋겠죠? 두 가지 룩 모두 1990년대의 쿨한 감각을 담은 프로엔자 슐러의 스퀘어 토 뮬과 잘 어울릴 거예요. 굉장히 편안한 슈즈라 긴 시간 진행되는 결혼식에도 완벽할 거랍니다." - 티시 와인스톡
뉴 로맨티시즘: 세실리아 반센
세실리에 반센을 빼놓고는 오늘날의 웨딩 룩에 대해 논하기 어려워요. 로맨틱하고 실험적이고 모두를 주목시키는 레이블의 쿠튀르다운 크래프트맨십은 크고 화려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신부에게 딱 맞는 드레스를 탄생시켰죠.
“세실리에 반센의 베스 플리세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는 굉장히 세련되고 시크해요. 볼륨을 강조한 셰이프는 얇고 섬세한 스트랩으로 균형을 맞췄죠. 즐겁고 화려하면서 여성스러운데 동시에 건축적인 형태가 무게를 더해 전체적인 룩을 더욱 느낌 있게 완성하죠. 이 외에도 마치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와 같은 분위기를 살린 스노우 드레스도 눈여겨볼 만해요. 이 두 가지 룩 모두 소피 빌레 브라헤(Sophie Bille Brahe)의 펄 보우 이어링과 잘 어울려요. 리본 디테일은 때때로 조금 가볍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피스는 담수 진주와 14K 골드를 사용해 훨씬 고급스럽게 연출할 수 있답니다. 참 섬세하고 아름다우면서 완벽하게 룩을 마무리하는 디테일이 될 거예요." - 티시 와인스톡
빈티지 스타일: 제니 팩햄
많을수록 좋다는 맥시멀 미학을 받아들이는 제니 팩햄(Jenny Packham)의 이브닝드레스는 인상적이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해요.
"레이블의 조이 드레스는 할리우드의 화려함을 담고 있는데요. 마치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나 멧 갈라에서의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을 연상시키죠. 깊게 파인 V자 네크라인과 홀더 실루엣은 굉장히 섹시하고 실버 톤의 크리스털 장식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죠. 이 외에도 모던 웨딩드레스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실루엣의 켄지 이브닝드레스를 추천하는데요. 정교한 라인스톤 디테일에 세미 시스루 디자인을 자랑해 투명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1930년대 만의 정수를 담고 있죠. 저라면 내부 안감을 제거해 완벽하게 시스루로 연출하겠어요. 주얼리로는 제니퍼 베르(Jennifer Behr)의 스테이시 이어링을 매치하고요. 샹들리에 디자인은 화려함을 더하지만 동시에 섬세한 분위기 덕분에 드레스를 압도하지 않으면서 잘 어우러질 거예요." - 티시 와인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