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정윤, 글 안가현
팬데믹 시대의 패션위크는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더욱 진화한 디지털 런웨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긴 런웨이 위에서 선보이는 쇼 대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펼쳐지는 패션위크는 더 많은 대중에게 공개되고 공유되며, 프런트로에 앉아 컬렉션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제공하죠. 지난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많은 레이블 또한 온라인을 통해 2021 S/S 컬렉션을 공개했는데요. 신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 독창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런웨이를 선보이며 디자이너들은 온택트 시대에 발맞춰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답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레이블부터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까지, 파페치는 대한민국 패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서울패션위크를 맞아 지금 가장 주목받는 한국 디자이너, 고엔제이(Goen.J)와 레이블의 옷을 입은 패션 인플루언서 이난정을 만났습니다. 서로 상반된 요소의 조화 속에서 영감을 얻는 고엔제이는 일상적인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확고한 패션 철학을 지닌 이난정은 비베타(Vivetta)와 버켄스탁(Birkenstock) 등 비슷한 결을 가진 레이블과 협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죠. 파페치는 이 둘을 만나 서울패션위크와 컬렉션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고엔제이가 소개하는 이번 시즌 시그니처 룩과 이난정이 말하는 2021 봄/여름 트렌드를 지금 확인해보세요.
고엔제이 @goenjofficial
고엔제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컨템포러리 모던 럭셔리를 지향하는 고엔제이는 디자이너의 이름인 고운 정(GOEN JONG)을 축약해 레이블 명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일에 흥미를 느끼며, 다른 사람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아낼 때 혹은 상반된 요소의 조화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죠.
고엔제이의 시그니처 룩과 이번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피스를 알려주세요.
고엔제이를 상징하는 러플은 우아한 실루엣과 모던한 드레이프 장식으로 구현되어 레이블 고유의 미니멀한 분위기를 연출해요. 섬세한 레이스 디테일과 실키한 소재를 활용한 란제리 무드와 겉감과 안감의 경계를 허문 디자인 등 고엔제이만의 여성스러움에 대한 고민을 정교함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표현했죠. 이번 컬렉션에서는 란제리 특유의 섬세한 여성스러움을 담아낸 슬립 드레스를 눈여겨보세요. 60년대 빈티지 레이스 란제리에서 영감을 얻은 이 드레스는 마치 두 벌의 드레스를 겹쳐 입은 것처럼 보이는 이중구조로 되어있어요. 등 부분이 우아하게 드레이핑 되고, 몸을 여유롭게 감싸며 유연하게 흐르는 착용감이 편안한 드레스죠.
이번 컬렉션을 통해 예측하는 2021 봄/여름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팬데믹 사태로 인해 패션 트렌드는 크게 홈웨어와 미니멀리즘 및 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디자이너는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더욱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죠. 특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색상과 자연적인 느낌의 컬러와 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자신만의 특별한 패션 철학이 있다면요?
고엔제이는 올 화이트와 올 블랙 룩이 주를 이루는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어요. 서로 다른 것들의 조화를 연구하며, 여성스러움과 건축학적으로 재단된 실루엣을 통해 레이블 고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드러내죠. 정적인 측면보다 움직임의 미학에 초점을 둔 컬렉션은 로맨틱하면서 동시대적인 태도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것에 새로운 관점을 더했어요.
패션과 패션위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넓은 의미에서 패션은 사람들 사이에서 예의나 생활관습, 디자인이나 감각을 받아들이는 가치관 또는 미의식을 뜻하고, 디자이너는 이를 통해 자신이 하는 일과 정신 및 개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패션위크는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움의 방향과 정체성을 패션쇼를 통해 공개하고,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죠.
과거의 서울패션위크와 현재의 서울 패션위크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기존의 서울패션위크는 현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축제 같은 행사였죠. 언택트 시대에 펼쳐지는 지금의 서울 패션위크에서는 실시간으로 패션쇼를 선보이고, 쇼가 끝나면 곧바로 라이브 쇼핑을 진행해 소비자와 발 빠르게 소통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행되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가 디지털 런웨이 시대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어 전 세계 어디서든 서울패션위크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고엔제이를 포함해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익숙함 속에서 찾아낸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디자인과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를 통해 완성되고 실현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고엔제이의 소비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잘 알고,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고 표현할 줄 알며 무엇을 원하는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죠. 자기중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소비에서도 그대로 따르는 사람들이에요.
이난정 @nizinanjjang
요즘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어떤 옷을 주로 입는지 소개해주세요.
팬데믹 시대에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다방면으로 잔뜩 움츠러들게 되지만, 예외적으로 패션에서는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레이블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요즘은 특히 드레스를 즐겨 입고 있어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예측하는 2021 봄/여름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는 친환경 캠페인이요. 많은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드러운 뉴트럴 톤과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장식과 실루엣 등이 강조된 위트 있는 피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 같아요.
자신만의 패션 철학이 있다면요?
자신감과 컬러, 젊은 에너지와 모험가 등 한 가지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한 마디로 축약해보면 ‘자유와 모험을 즐겨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스타일을 완성하는 나만의 패션 치트키는 무엇인가요?
그 자체만으로도 멋스러운 퍼프 숄더가 돋보이는 탑이요. 확실한 포인트 역할을 하면서 트렌디한 느낌을 연출해주죠. 이너웨어로는 물론 다른 피스와 레이어드 하는 등 적재적소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더 매력적이에요.
패션과 패션위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패션은 훌륭한 아이디어 결집소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사람과 가장 창의적인 것의 상호 협력이 이루어지는 무궁무진한 세계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해요. 패션위크는 즐거움과 열정, 에너지로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본인과 서울패션위크 간의 관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제가 걸어온 길이자 역사, 서로 공생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냉철하게 저를 평가할 수 있었고 원 없이 즐기기도 했죠. 무엇보다 지금까지 K-패션의 변화를 매 시즌 확인할 수 있었던 가장 의미 있는 행사예요.
과거의 서울 패션위크와 현재의 서울패션위크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더욱 깊이가 있고 조화로워진 것 같아요. 한국만큼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나라가 있을까요? 최근에는 그저 유행을 따르고 상업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보다, 정체성이 확고한 레이블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기쁘네요.
타 패션위크와 차별화된 서울패션위크만의 매력과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특별해 보이면서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만날 수 있죠. 실용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레이블이 많아요. 여기서 비롯된 다양성과 융통성이 서울 패션위크가 지닌 특별함이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한국의 패션이 지닌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국인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특별한 감수성과 이를 반영한 웨어러블한 디자인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