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정윤, 글 안가현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온택트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패션위크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델을 대신해 레이블의 직원들이 룩북에 등장하기도 하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하면서 더 많은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고 있죠. 지난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서울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 또한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기존의 패션쇼를 대체한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형태로 펼쳐졌는데요. 긴 런웨이 위를 걷는 모델이나 새로운 컬렉션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셀럽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디자이너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이고 동시대적인 모습으로 진화한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을 볼 수 있었죠.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레이블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까지, 파페치는 대한민국 패션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서울패션위크에서 송지오(Songzio)와 그의 옷을 입은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을 만났습니다. 서울과 파리, 런던을 오가며 활약해 온 레이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송지오가 직접 그린 작품을 활용한 컬렉션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죠. 자신을 상상하는 모든 것을 겉으로 표현해내는 행위예술가라고 표현하는 나나영롱킴은 유수의 레이블과 협업은 물론 파페치와 다양한 에디토리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파페치는 이 둘과 서울 패션위크와 컬렉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디자이너 송지오가 고른 이번 시즌 시그니처 룩과 나나영롱킴이 들려주는 패션 철학을 지금 확인해보세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특히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클래식하면서도 동시대적인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의 독창적인 미학이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송지오의 시그니처 룩과 이번 컬렉션에서 눈여겨볼 피스를 소개해주세요.
송지오의 시그니처 룩은 ‘CROSS LOOK’으로 볼륨감 있는 탑과 슬림한 팬츠,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아우터에 화려한 아트워크를 장식한 이너웨어, 부드러운 실루엣의 갑옷 같은 드라마틱한 연출처럼 상반되는 요소들이 공존하는 스타일을 의미해요. 이번 컬렉션에서는 새로운 실루엣으로 선보이는 오버사이즈 코쿤 케이프와 코트를 주목해주세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예측하는 2021 봄/여름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점점 트렌드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각 레이블이 지닌 고유의 개성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특별한 패션 철학이 있다면요?
'Order/Disorder’라는 철학/ 미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구상하고, 레이블 고유의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방법으로 절제된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옷에 표현합니다.
패션과 패션위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패션은 저의 사색과 생각 그리고 감성의 표현이며, 패션위크는 아티스트를 위한 일종의 무대라고 할 수 있죠.
송지오와 서울 패션위크 간의 관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1999년 서울 패션위크의 전신인 SFAA가 시작된 때부터 지금까지, 송지오는 서울 패션위크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해온 브랜드 중 하나로 서울 패션위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2006년 파리 패션위크에 진출한 이후로도 매년 서울 패션위크에 참가해왔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한국 패션 디자이너 연합회(CFDK)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 디자이너들을 대표해왔죠. 그만큼 서울 패션위크는 송지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서울 패션위크와 현재의 서울 패션위크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패션 업계 종사자들과 패션 관련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주로 찾는 행사였다면, 오늘날 서울 패션위크는 많은 대중이 참여하는 콘서트 같은 이벤트로 자리 잡았어요. 근래에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많은 외국인도 찾아오고 있죠.
타 패션위크와 차별화된 서울 패션위크만의 매력과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폐쇠적인 해외 패션위크와 달리 서울 패션위크는 일반 대중들이 많이 참여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개방적인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송지오를 포함해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특히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클래식하면서도 동시대적인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의 독창적인 미학이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나나영롱킴 @nana_youngrongkim
요즘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어떤 옷을 주로 입는지 소개해주세요.
공연이나 행사가 없는 상황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힘든 시기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양한 것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꾸준히 도전하고 있죠. 최근 클럽 신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는데요. 제가 많은 공연을 해온 클럽 트렁크(Trunk)에서도 ‘애프터 트렁크(After Trunk)’라는 레이블을 론칭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트렁크 고유의 개성을 잘 담아낸 티셔츠와 굿즈를 자주 활용하고 있죠. 다 같이 모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의 청춘과 좋은 추억으로 가득한 공간의 메시지를 담은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보그 코리아 인스타그램에도 소개될 정도로 팬데믹 사태에 맞서 잘 기획되기도 했고, 뜻이 같은 DJ와 퍼포먼서 및 바텐더들이 직접 모델로 참여하기도 했죠. 그래서 저에게 더욱 큰 의미가 있고,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컬렉션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피스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주얼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현장에서 런웨이를 감상할 때는 전체적인 룩이 눈에 띄는데, 이번에는 비대면 방식으로 컬렉션을 진행하다 보니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클로즈업 등을 통해 더욱 자세하고 섬세하게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었죠. 화면의 위치나 각도에 따라 모델이 착용하고 있는 주얼리를 눈여겨볼 수 있어 좋았어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예측하는 2021 봄/여름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트렌드로 패턴이 떠오를 것 같아요. 이번 패션위크에서 체크나 다양한 패턴을 활용한 룩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또,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미니멀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트렌드는 다음 시즌에도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자신만의 패션 철학이 있다면요?
몸에 타투가 많은 편이라 타투가 돋보이는 스타일링을 즐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옷장에 가지고 있는 의류의 대부분이 기본적인 디자인이죠. 화려한 프린트로 가득 찬 옷을 입으면 타투와 섞이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더라고요.
스타일을 완성하는 나만의 패션 치트키는 무엇인가요?
언더웨어요.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기 쉬운데 정말 멋있는 건 속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운동하러 가거나 촬영장 또는 행사장에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언더웨어가 노출되잖아요. 오래되고 늘어난 것보다 세련된 언더웨어를 입었을 때 ‘속부터 다른 사람이구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언더웨어를 자주 구매하게 된 것 같아요.
패션과 패션위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패션은 자기 자신을 가장 빨리 알릴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처음 사람을 만나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잖아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을 몰라도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패션 스타일을 보다 보면 대충 감이 오는 것처럼 패션은 자기표현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패션위크는 하나의 시험 같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디자이너분이 3월과 10월에 선보일 컬렉션을 위해 사계절 내내 쉼 없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과 서울 패션위크 간의 관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한국에서도 드랙이라는 장르가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고, 다양한 곳에서도 저를 많이 찾아주고 있어요. 오래전부터 드랙 아티스트로 활동해오다가 잠시 휴식기를 가졌고, 2017년 다시 돌아오면서 꼭 한 번 패션 업계와 일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 간절함이 잘 전달되었는지 이후로 매년 서울 패션위크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셀럽으로 초대받기도 하고, 직접 오프닝 공연을 하거나 모델로 런웨이 위를 걷기도 했죠. 저를 주제로 한 컬렉션을 선보인 레이블도 있었어요. 이제 드랙이라는 문화 자체가 패션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걸 많은 디자이너분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 앞으로의 서울 패션위크가 더욱 기대돼요.
과거의 서울 패션위크와 현재의 서울 패션위크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이전에는 큰 키, 가늘고 기다란 팔다리 등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델의 이미지가 확고했다면, 지금은 고유의 개성과 매력을 지닌 다양한 모델을 만나볼 수 있죠. 그렇다 보니 이들이 잘 소화할 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도 많아지고 볼거리도 더 다채로워진 것 같아요.
타 패션위크와 차별화된 서울 패션위크만의 매력과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주목하고 있어요. 모델은 물론 K-POP의 인기도 엄청나잖아요. 디자이너분들도 전 세계가 집중하는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컬렉션을 구상하기 때문에 늘 새롭고 흥미로운 룩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경쟁력 아닐까요? 잘하는 사람이 주목받고, 주목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거죠.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한국의 패션이 지닌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1부터 10까지 숫자로 표시한다면, 100을 소화해내는 사람이 한국인인 것 같아요. 이게 바로 한국 패션의 특별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