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Suzie Bakos 한국어 유경민
새로운 감각과 취향으로 눈을 번쩍 뜨이게 한 뉴 시즌 런웨이 쇼를 보며 모두가 공감한 부분이 있을 거예요. 바야흐로 로퍼의 계절이 돌아왔고 로퍼는 어떤 경우에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죠. 가장 익숙한 클래식 슬립온 로퍼는 말할 것도 없고 두툼하고 큼직한 밑창 디자인과 창의적인 힐까지, 구찌(Gucci)와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등 디자이너마다의 미학이 반영된 로퍼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진정한 타임리스 피스라 불릴만한 로퍼도 매 시즌 새롭게 탄생하고 있어요. 우리를 열광하게 한 프라다(Prada)의 모놀리스 로퍼처럼 최근에는 거의 플랫폼 수준으로 도톰한 두께의 밑창이 부쩍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이에 반해 처치스(Church’s)나 생 로랑(Saint Laurent)의 슬림하고 섬세한 클래식 디자인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요. 아무래도 포멀한 매력이 앞서긴 하지만 빈티지 스포츠웨어나 데님에 매치해 색다른 매력을 연출할 수도 있답니다.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로퍼도 좋지만 좀 더 시선을 끄는 독특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날렵하게 각이 선 마틴 로즈(Martine Rose)의 로퍼도 주목할 만해요. 블랙이나 스네이크 스킨 디자인으로 만나볼 수 있는 스퀘어 토 로퍼는 이제 마틴 로즈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자리 잡았죠.” – 파페치 주니어 패션 에디터 소피 조지(Sophie George)
단정한 룩은 물론이고 캐주얼한 분위기에도 거뜬한 로퍼지만 그만큼 세심하게 나에게 맞는 디테일을 따져 골랐을 때 더욱 근사하게 소화할 수 있어요. 구매 전 고려할 디자인 요소와 색상부터 사이즈와 핏에 대한 팁까지, 지금 가장 주목받는 다섯 가지 로퍼 스타일을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클래식의 힘
“가만히 눈을 감고 가장 잘 알려진 로퍼를 상상해보라면 먼저 구찌의 로퍼가 떠올라요. 구찌의 가장 아이코닉한 디자인이기도 하면서 시즌을 거듭해 꾸준히 재탄생되고 있으니까요. 왼쪽에 보이는 디자인은 그중에서도 클래식을 제일 잘 살려낸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닐까 해요. 매끈하게 광이 나는 가죽에 브랜드 시그니처인 GG 모노그램 모티프가 프린트된 베이지 캔버스 소재가 조화롭게 어울리죠. 여기에 고무 소재가 덧대진 뒤축과 경쾌한 태슬을 더해 완성한 로퍼는 블랙과 브라운으로 고를 수 있어요. 평소 신는 사이즈로 선택하는 걸 추천하고요. 깔끔하게 구찌 수트 아래에 신거나 빈티지 스웨트셔츠와 데님에 매치해 여유로운 분위기를 살려도 좋답니다.”
돋보이는 디자인
"독보적인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의 로퍼엔 주목할 만한 디자인 요소들이 숨어 있는데요. 80년대 파격적인 첫 등장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시그니처 타비 토 디자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띌 거예요. 브랜드의 서명처럼 항상 뒷부분에 자리하는 화이트 스티치도 빼놓을 수 없고요. 게다가 뒤꿈치 부분은 상황에 따라 접어 마치 슬립온처럼 신을 수 있도록 유연한 가죽으로 되어 있죠.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슈즈라 일상에서 자주 입는 데님부터 테일러드 크롭 팬츠와 단정한 투피스 수트까지 어떤 스타일링에도 잘 어울리는 기특한 피스랍니다. 화이트나 탠 등 차분한 색상은 기본이고 블루와 옐로까지 다양한 색상에 레이스업 디자인까지 모두 파페치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타비 토 로퍼는 정사이즈로 제작되었으니 평소에 신는 사이즈를 추천해요."
참신한 색감
"전체적인 스타일에 색으로 포인트를 내면서 모던한 효과까지 주고 싶다면 오묘한 스월 디테일을 더한 알렉산더 맥퀸의 리지드 로퍼가 마음에 들 거예요. 마치 어두운 블루 페인트를 바르고 시간이 지나며 표면 아래의 블랙 가죽이 군데군데 드러낸 듯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슈즈죠. 비상시 사용할 1페니를 로퍼 발등에 넣어 다니던 옛 유행을 이어받아 페니 바 스트랩에 브랜드 크레스트를 담은 코인을 끼워 넣어 위트까지 챙겼답니다. 정사이즈로 나온 슈즈이기 때문에 평소 신는 사이즈 그대로 고르기를 권장할게요. 영국 레이블의 하우스 코드를 더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약간 넉넉한 핏의 테일러드 팬츠를 매치해 살짝 슈즈를 가리도록 연출해보세요.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블랙 색상의 부드러운 가죽 소재에 크리스털 장식을 더한 피스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청키한 매력
"두툼한 밑창으로 무장한 로퍼는 이미 이전 시즌부터 존재감을 내비쳐왔어요. 하지만 이번 가을 시즌을 맞아 더욱 청키하고 대담하고 재미있어졌죠. 비율에 변주를 주고 장난스러움을 더하는 등 마르니(Marni)의 실험 정신이 빛을 발한 청키 로퍼처럼요. 항상 해온 방식보다는 색다름에 호응하는 패션 애호가를 위해 기존의 슬립온 디자인보다는 스퀘어 토와 플랫폼 밑창으로 동시대적인 변신을 꾀했는데요. 마르니가 좋아하는 과장된 오버사이즈 실루엣에 페니 바를 뚫고 나온 실버 후프 디테일까지 더하면서 아주 재미난 슈즈가 완성됐죠. 마르니만의 생기 있는 분위기에 걸맞게 알록달록한 니트를 걸치고 배기 핏의 치노 팬츠와 함께 매치해보세요. 화이트와 블랙 색상으로 만날 수 있는 로퍼는 정사이즈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평소 신는 사이즈로 선택하면 좋아요."
감각적인 힐
"파리의 패션 하우스 생 로랑은 클래식에 강하지만 이를 뒤집어 변신을 꾀하는 법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레이블의 뉴 시즌 런웨이에 등장한 솔페리노 30 로퍼가 좋은 예시죠. 상단은 물론이고 안감과 밑창까지 모두 가죽으로 제작한 슈즈는 아몬드 모양의 앞코와 30mm 스택 힐을 자랑하는데요. 앞코부터 굽까지 이어지는 매끈한 라인이 모던한 분위기를 한껏 강조하면서 착용감까지 뛰어나답니다. 발등의 골드 톤 홀스빗 장식이 깔끔한 매력까지 더했으니 단정히 차려입어야 하는 자리에도 거뜬하죠. 돋보이고 싶은 날이라면 마음에 드는 수트에 매치해보세요. 두 가지 사이즈 중 고민하고 있다면 반 사이즈 크게 선택하는 걸 추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