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Nerys d’Esclercs 한국어 유경민
100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하는 페라가모(Ferragamo)는 이제 막 새로운 장을 넘길 만반의 준비를 마쳤어요. 이번 시즌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데뷔 쇼를 기점으로 크나큰 놀라움과 기쁨을 안겨줄 27세의 떠오르는 스타 맥시밀리언 데이비스(Maximilian Davis)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내세웠죠. 앞으로가 기대되는 페라가모의 과거와 현재부터 레이블의 미래를 이끌 주역과 9월 24일 토요일에 선보일 2023 SS 런웨이의 눈여겨볼 점까지 모두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페라가모의 시작
여동생을 위해 생애 첫 신발을 제작한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는 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자신의 소명이 패션으로 이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16살이 되어 미국으로 건너간 페라가모는 곧 유명 인사들을 위한 슈즈를 디자인하면서 캘리포니아 내에서의 명성을 쌓았죠. 13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1927년 다시 이탈리아의 피렌체로 돌아간 페라가모는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비롯해 당대 유명 할리우드 스타를 위한 슈즈를 제작하며 케이지 힐과 바라 펌프스 등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끊임없이 배출해냈어요. 마침내 1938년,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주디 갈랜드(Judy Garland)가 ‘오즈의 마법사’ 중 부른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에 대한 헌사로 만든 레인보우 슈즈는 그를 역사적인 슈즈 디자이너 반열에 오르게 하는 마지막 받침돌이 되었답니다.
비록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1960년 62세의 나이로 타계했지만 그의 이름은 가방, 아이웨어, 실크 액세서리, 시계, 향수, 의류 등 방대하게 영역을 넓혀온 글로벌 브랜드로써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현재 페라가모 가문이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고객층을 위해 2022년 1월 버버리를 이끌어 왔던 마르코 고베티(Marco Gobbetti)가 CEO로 선임되었죠. 이렇게 새로운 CEO 마르코 고베티와 더불어 맥시밀리언 데이비스를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맞이한 페라가모는 2022년 9월 변화된 비전을 담은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랍니다.
샛별처럼 등장한 맥시밀리언 데이비스
런던 컬리지 오브 패션에서 학업을 마친 맥시밀리언 데이비스는 영국의 인큐베이터 기업 ‘패션 이스트(Fashion East)’를 통해 202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SS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자신만의 레이블로 활동하기 전까지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Grace Wales Bonner)와 수프리야 렐레(Supriya Lele) 등의 디자이너로 활약한 데이비스는 특히 테일러링에 엄청난 두각을 드러냈죠. 2022년 LVMH 세미파이널리스트까지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재능을 증명한 데이비스는 같은 해 3월 페라가모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거머쥐었답니다.
새로운 장을 맞이하는 페라가모
맥시밀리언 데이비스가 선보이는 이번 페라가모 컬렉션에서 주목할 부분은 자유자재로 풀어낸 비율이에요. 힘을 실은 어깨와 대조되는 유동적인 실루엣이나 재치 있는 레이어링을 기대해볼 수 있죠. 그중에서도 과감한 컷아웃이나 짧게 자른 기장 등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는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대담한 피스가 눈길을 끈답니다.
시대를 초월해 페라가모가 전해온 우아한 하우스 코드가 어떻게 데이비스의 모던하고 신선한 감각과 시너지를 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 기존 페라가모의 정교한 클래식 분위기와 동시대적인 실루엣을 좋아했다면 데이비스만의 흠잡을 곳 없는 테일러링 마술로 완성한 피스와도 금세 사랑에 빠질 거예요. 전설적인 슈즈부터 뛰어난 가죽 액세서리까지,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남기고 간 레이블의 유산과 함께 맥시밀리언 데이비스가 써내려 갈 페라가모의 새로운 장은 부푼 기대를 안고 지켜봐도 좋답니다.